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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떨어지는 소리

시골집 이맘 때에는 밤이 떨어졌다. 초저녁 안방에 누워있으면 툭, 툭, 툭 잠결에도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밤나무 여러개가 뒷마당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늦은 밤이면 뒤란으로 열리는 창호지문을 활짝 열어놓고, 누가 밤을 줍나 살피기도 하였다. 뒤란은 언덕처럼 되어 있어서 뒤쪽에 밤나무가 있었고, 그 나무의 반쯤 높이 너머로는 다른 집의 논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집 밤이 다른 집 논이나 논두렁 사이에 떨어지곤 하였다. 그 밤을 주으러 밤에 사람들이 후라시를 켜고 돌아다녔다. 딱히 우리는 그 밤을 줍지 말라고 하지도 않았다. 밖에 떨어져 있고 그것을 줍게다고 담벼락에 박힌 돌들을 밝고 기어 올라가기에는 위태로웠다. 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 털지 않는 이상, 밖으로 나간 것들은 우리의 밤이..

마중

마중 오늘 비가 많이 내렸다. 나무 아래에 세워놓은 차들 위에 붉고, 노란 나뭇잎들이 가득 떨어져 있었다. 아직 단풍이 시작되려면 더 있어야 하는데 벌써 가을이 오고 있다. 10월 3일이고 비까지 오니 이제 부터 슬슬 날이 추워질 모양이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라디오에서는 비가 관련된 노래들이 많이 나온다. 오늘은 울라라 세션의 '서쪽하늘'과 김호중의 '우산이 없어요'가 나왔다. '서쪽하늘' 노래는 언제나 들어도 좋다. 제목을 '동쪽하늘'이라고 했으면 아마 덜 슬프고 '비'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차를 달리자 유리창에 있는 낙엽들이 비에 젖어서 간신히 떨어진다. 간밤에 비가 내렸나보다. 오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다시 비가 부슬 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비가 오늘 날에는 누군가를 위..

자살 충동

어젯밤부터 자살 충동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모두가 잠든 밤에....우울증에 시달려 사이트를 검색하며 그 방안을 찾는 사람이 있는 것 같아서였다. 내 글 중에 '우울증에 대하여'가 있는데 원래 내가 글을 쓴지가 최근이고 거의 볼 일이 만무한데 이 글이 밤에 조회수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나는 밤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하고 그냥 늘 잠을 잤다. 그러나 오늘 아침 일찍 산책을 하면서 그 옛날 중학교때 청소년들을 위한 좋은 글을 썼던 어떤 수필 기고가가 생각났다. 지금은 이름도 잊어버렸지만 그 분의 소책자는 집으로 배달되어 가끔씩 건성으로 읽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때는 고개를 끄덕였던 것도 같다. 바로 그 기분이 오늘 산책하다 들었던 것이다 그 분은 청소년들을 위해서 삶의 소중함과 여..

포도

포도에 관하여 포도가 익어서 먹기 좋은 계절이다. 안성에 갔다가 서울로 올라오면서 포도 농장에서 재배한 것이라 쓰여있어 차를 멈추었다. 생각보다 싸지는 않았다. 아마도 갓 따서 싱싱하고 맛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래도 야박하게 하고 싶지 않다며 킬로그램을 더 얹어주셨다. 어디서나 정은 있는 것 같다. 한 상자를 사서 차 안에서 먹어보았다. 머루포도라 맛이 달고 향도 진했다. 오래 전 이솝 우화에세 이야기를 들었거나 읽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우가 포도를 따먹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애를 쓰고 점프해도 안 되자 결국 포기한다. 그러면서 어차피 저 포도는 신포도라고 하는 것 말이다. 사실 신포도인지 단포도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자기 합리화나 자기 위안을 위해서 신포도일 거라고 단정해버리는 것이다. 가질..

Let It Be Me - The Everly Brothers 레잇비 미-애벌리 브라덜즈

https://youtu.be/dZu2oKvfdeo 에벌리 브라더스(The Everly Brothers)는 돈 에벌리(Don Everly, 1937년 2월 1일 ~ 2021년 8월 21일)와 필 에벌리(Phil Everly, 1939년 1월 19일 ~ 2014년 1월 3일) 형제로 구성된 미국 가수이다. 컨트리, 포크, 록큰롤 등 대중 음악에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밥 딜런, 비틀즈, 더 버즈 등에 영향을 미쳤다. 비치 보이스, 사이먼 & 가펑클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빌보드 차트 40위 안에 26곡이 올라갔고, 35곡이 100위 안에 들었다.1986년경에 로클롤 명예의 전당이 처음 설립되었는데 10팀이 헌정되는 그 중에 한 팀이 되었다. 《롤링 스톤》지는 '에벌리는 50년대의 록 앤 롤을 녹여 전국으로 ..

시-길이 끊겼어요

길이 끊겼어요 잘 있나요 바람은 불어오는데...하늘가에 앉아있나요...구름가에 앉아있나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아요....우리 인생은 원래 어려운 거잖아요... 당신 곁에서 행복했던 건,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꽃이 있어서도 아니었어요. 하늘이 맑아서도 아니었어요. 책장을 넘기면 그대가 있어요. 밥을 먹으면 그대가 앉아있어요. 아무 말 안 하려고 했는데....어디에서나 그대는 서 있어요. 이상해요.. 골목에서도 기다리고...버스 앞에서도 기다리고..... 나무 아래에서도....찻집 앞에서도... 당신은 나를 기다려요.... 아니요...내가 당신을 기다렸어요.. 하지만 갈 수 없는 걸 알아요...너무 시간이 흘렀어요... 갈 수 있는 길이 끊겼어요. 이제 우리는 영영 볼 수 없겠죠. 하지만 당신은 계..

시-우연

우연하게 만나게 된 안개 ㅡ아침 6시ㅡ안성 우연 비가 몹시 내리던 저녁 그대와 나 만났죠 웃으며 건네던 그 미소가 그냥 바람이었다는 걸 내 마음도 그냥 구름이었다는 걸 시작이라고 할 것도 없이 끝이라고도 할 것 없이 마음의 고통은 쌓이고 흘러 어디로 갔는지 기억한다면 잊으시고 잊으셨다면 기억하세요 우린 그저 갈 길 가다 만난 그림자였음을....

보육원 아이들

최근에 자신의 통장에 돈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대학 등록금, 생활비 등을 비관해서 삶을 마감한 대학생의 얘기를 들었다. 안타깝다는 말로도 충분하지 않을 정도이다.......분명 그 학생보다 우리는 앞선 세대이다. 그렇다면 앞선 세대들이란 무엇일까. 왜 우리는 그 학생들보다...더 일찍 태어나고, 왜 우리는 자식들보다 일찍 태어났을까. 또 왜 어떤 사람은 선생님들보다 늦게 태어났으며, 또 어떤 사람은 왜 언니나 오빠로 태어나고...또 누구는 왜 동생으로 태어났을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해서 궁금해한 적이 있었다. 도대체 왜 나는 동생들보다 일짝 태어났을까....무슨 하늘의 뜻이 있을까. 그런데 그 해답을 찾았다. 스피치를 잘하시는 김미경 선생님의 오래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발견한 것이다. 김 선생님의..

우울증에 걸려서

우울증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인간이라면 이런 감정은 한 번쯤 다 겪지 않았을까. 본인 또한 우울증때문에 무척 힘든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뭐가 부족해서 그러느냐, 다 복에 겨워서 그런거라고 하지만...정말 호르몬이나 신체적, 물리적 문제가 아니라면 이 우울증이라는 놈은 고약하기 그지없다. 삶 전체를 서서히 파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못하게 하고, 발목을 붙잡아 한 자리에 묶어놓는 쇠사슬 같다. 또한 그 자리에서 미이라로 죽어가도록 최선을 다한다. 우울증이라는 녀석은 그야말로 다른 세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놈하고 사귀면 여러분 중에 대다수는 필시 그 놈에게 끌려다니거나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네 귀에다 대고 "어서! 어서! 실행해!" 하고 ..

노인 속의 젊은이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혹은 잘 모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면 "아! 그 그림"이라고 금방 알아 차릴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3년 전 쯤 보건소에 간 적이 있다. 워낙 배가 뚱뚱하게 나와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검사를 해준다고 관리도 해준다고 하길래 들렸던 것이다. 병원에만 갔지 보건소에는 딱히 들릴일이 없어서 내게는 무척 생소했다. 대기 등록을 하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다가 일어서서 서성거렸는데 안 쪽 벽쪽에 커다란 숲 그림이 보였다. 호크니의 숲 그림이었다. 그림을 업으로 삼고 싶지만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해 방황하는 나에게 그 그림은 뭔가 낯설게 다가왔다. 80대가 넘는 노인이 그린 그림이라고 하기에는 색깔이 알록 달록, 다채롭고 영롱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