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가 익을 무렵 책을 읽다가 갑갑하고 커피가 마시고 싶어 밖을 나왔다. 재개발 아파트라 둘러보면 참 정이 깊다....오래 되어서 낡은 것이 친근하다...벗겨진 페인트칠이며 부서진 시멘트 바닥이며....그래서 흙들이 더 많이 보이고 화초들도 그렇게 난리를 칠 수가 없다. 아주 제 멋대로 마음껏 자란다....어차피 몇년 있으면 없어지니 누가 가꿀 생각을 안 하는 것이다. 부추며, 토란이며, 수세이며....잡초며....신났다..신났어.....저렇게 서로 부둥켜 안고 넘어져 있고, 풀들끼리 머리를 끄뎅이고.....나팔꽃들은 우리 집 1층 베란다를 기어 올라가 2층 집까지 손을 뻗고 있다. 내가 먹고 버린 뽕나무 옆매가 작년부터 자라 이제는 배란다를 덮을 정도이다. 올해는 딸랑 까만 오디 하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