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답답해서 커피랑 과자를 사러 나갔다. 요즘은 무인 가게가 있어서 카드만 넣고 계산을 하면 바로 살 수가 있다.사람이 없기 때문에 신경을 쓸 일이 없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러다 서서히 기계

들에 의해 잠식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든다. 최근에 카드 하나를 만들었는데 밤에 전화가 왔다. 받아보니
내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래서 받았더니....AI가 묻고, 내 목소리를 인식하고, 내 거래 은행이랑, 주민번호 끝자리랑 대답하는대로 했더니 승인을 해주는 것이었다. 솔직히 소름이 끼친다....이런 일이 자주 반복되면 이제는 인간이 전화를 하면 반대로 소름이 끼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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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형 마트에서는 계산도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기계 6대가 들어오면 최소한 3명 이상의 직원은 쓰지 않는 것이리라. 커피숍이나 음식점의 키오스크도 앞에 가서 바로 주문하면 좀 있다가 음식나오는 입구에서 배식을 받아 식탁에 앉아 먹고 가면 된다..이제 종업원을 대신 기계가 해주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유난히도 아이스크림 가게가 많다. 특히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이다. 처음에 하나가 생기더니 벌써 4개가 생겼다. 그것도 근처에 3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에....게다가 1개는 사람이 하는 아이스크림 가게이다....신기한건....이 가게들 옆에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수퍼마켓, 편의점 등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경쟁을 하려고 이렇게 설치했을까, 지나갈 때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무인 아이스크림 4개는 각각 특징이 있다. 1번째 가게는 작고 편의점 하나 건너에 있다. 주로 학생들이 사는 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커피는 별로 갖다 놓치 않는다...화이트 보드가 있어서 거기다가 " ** 아이스크림 갖다 주세요...* 맛 과자 부탁드려요.." 이렇게 적어 놓는다. 어떤 때는 계산하고 동전을 기계에서 가져가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가져가는 사람은 없었다. 2 번째 가게는 매장이 3평 정도 되는데....내가 좋아하는 커피 라테를 갖다 놓는다. 과자가 다양해 주로 이 집에서 산다...여기 주인을 본 적은 없다....3번째 가게는 라면, 빵, 믹스커피, 통조림, 뻥튀기 등 온갖 수퍼에서 파는 것들을 다 갖다 놓고 판다.....사람은 물론 없다....나는 이 매장도 주로 사용하는데 특히 커피를 살 때이다.
어느 날 카드로 아이스크림을 사고 영수증을 뽑으려고 했는데 나오지 않았다. 나는 계산이 됐는지 몰라 전화를 걸었더니...."된 것 같다고 하였다."그러면서 거기에 놓고 간 카드 좀 누가 쓰지 않게 통에 넣어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그 카드를 치워주고 나왔다. 집에 도착해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계산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그러면서 걱정을 하지 말라고 하였다...아마도 오해를 하는 건 아니라는 뜻 같았다.나는 스트레스를 받아 카드사 홈페이지에 들어가 로그인을 하고 내가 정확히 계산이 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물론 잘 되어 있었다.
아....이것이 기계의 문제이구나.....사람이 안 하니까.....하루 종일 불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만약 현금으로 했다면 나쁜 사람 취급도 받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증거가 불충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계산하는 장면이 찍혔다고는 하지만 카메라가 흐릴 수도 있고...확인할 방법이 없다면야 뭐라고 하겠는가..
나머지 4번째 아이스크림 가게는 음료수 자체는 안 팔고 그냥 아이스크림만 판다....그래서 나는 들어갔다가 그냥 나왔다. 또한 다른 곳에 비해 떠먹는 큰 통 아이스크림이 500원 더 비쌌다. 이유야 어떻든 나는 아주머니와 아들이 운영하는 5번째 아이스크림 가게를 잘 이용한다. 그곳은 항상 여름이면 사람이 넘쳐 난다. 그곳은 1만원 이상을 사면 1개를 더 준다...또한 그 분들은 엄청 친절하고...새로운 과자 맛에 대해서도 알려주신다. 또한 과자와 군고구마도 팔아 겨울에는 군고구마 냄새가 가득하다.
이제 동네 만물상에 가도 사람이 있는 계산대는 1곳 밖에 없다...모두 내가 사서 내가 찍어야 한다... 코로나 이후 그렇게 되었다고 하지만....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이제 인간은 산업사회의 경쟁력에서 기계에게 밀리는 것이다. 빠르고 좋지만......그 많은 일하는 분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신 것일까....점점 대형 마트들의 직원들은 사라지고 있다. 마치 꼬마들의 비눗방울을 보는 것처럼, 점점 하늘로 없어지고 있다. 사회의 일꾼들은 기계가 다 하고.....우리는 무엇을 한단 말인가......이것은 엄밀히 말해 노는 것이 아니라 할일이 없어 삶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기계나 로봇을 갖고 있는 기업이나 회사들은 점점 부가 쌓이지만......직장이 없어 집으로 돌아간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전전 긍긍하게 되었다..
이제 삶의 부와 빈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멀어지고 있다. 기계가 들어올수록.......사람들은 직장에서 퇴출된다....
기계를 닦아주고, 기계를 예뻐해주며, 기계가 어디 고장이 나지 않는가 유심히 살피며 가끔씩 들리기만 하면 되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이제 부의 기준은 누가 더 많이 CCTV를 소유하고 기계를 소유하고, 로봇을 소유하고, 빌딩을 소유하고 최첨단의 기술을 소유하는냐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강남에는 자율 주행 무인택시도 시행되고 있다는데. 이제 대중화만 되면 끝나는 것이리라.
사람은 더 이상 사용할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그래서 잉여 인간들은 사회에 나갈 자리가 없어....나가면 돈이 든다고.....그냥 평생을 집에서 썩을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그저 그들이 하는 일은 핸드폰의 광고를 누르면 쌓이는 포인트로.....1년에 1번 운좋으면 치킨이나 바나나 우유를 맛있게 먹는 거......그리고 사회의 기초 보조금이 끊이지만 않으면 되는 것......그것만을 바라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