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 있는 곳

불꽃 축제

랍비의 숲 The Forest of Rabbi 2022. 10. 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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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서울 세계 불꽃축제
2022년 10월 28일 어제 불꽃 축제가 열렸다. 여의도에서 저녁 7시20분에 시작한다고 하였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린다고 하여 그저 남 일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불꽃 축제를 본 것은 롯데 월드 타워 개장할 때 강변에서 봤던 것이 유일했다. 그것도 멀리서 보고 사람들도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당시에 사람들은 치킨이나 짜장면 등을 배달해 먹어서 한강변에는 오토바이에서 내린 기사님들이 주문한 음식을 전달해주고, 또 찾아가냐가 북적였다 . 전단지도 이곳 저곳 뿌려져서 미리 와서 명당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들은 저녁을 굶었기에 돗자리를 펴고 음식을 먹은 뒤에 보려는 것이었다. 그때 당시 오고 가는 사람들 물결에 쓸려 어디로, 어떻게 강변으로 나왔는지 아직도 신기하다.

어제는 생각지 않게 남산에 산책하러 차를 몰다가 사람들이 한 가득 있어서 깜짝 놀랐다. 평소와 다르게 남산 도로에 차가 양옆으로 줄줄이 주차되어 있었다. 단속반 차량도 정신 없이 위아래로 왔다 갔다 했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도 사람들의 줄이 끊이지를 않았고, 외국 사람들도 평소에는 보지 못했는데 길 곳곳에 보였다. 히잡을 쓴 중동인들, 유럽인들, 중국어를 쓰는 중국인들....아니, 여기 남산에는 무슨 일로 왔을까...단풍을 보러왔나...하고 순진한 생각을 했다. 알고봤더니....이 남산에서 불꽃 놀이가 잘 보인다고 모두 몰려온 것이었다. 나도 친구랑 같이 올라갔는데 남산 꼭대기까지는 힘들고 해서 남산 중턱 ,남산 도서관 위쪽, 식물원 자리 위쪽으로 올라가다가 멈추었다.

식물원 자리를 보자 일제시대의 '조선신궁'이 떠올랐다. 학생들과 사람들이 올라가면서 이 자리가 일제시대의 신사참배를 하러 가던 고통스러운 자리였다는 걸 알까, 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그런데 내가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아마도 한창 20대에 잠깐 사학 공부를 한다고 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그때는 오히려 역사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나중에 나이가 들면서 더 스스로 공부를 하게 되었다. 올라가다가 남산 도서관의 옥상이 내려다 보이는 곳 계단에 멈추었다. 사람들이 계단 양쪽으로 벌써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때가 6시쯤이었을까...왜 이렇게 여기 앉아 계시지? 생각하면서 더 가려고 하다가 올라가기가 싫어서 멈추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여기서 불꽃놀이가 잘 보이는 자리였다. 더 잘 보려면 남산 꼭때기까지 가야하는데 굳이 그렇고 싶지는 않았다.

계단에 앉아 있으면서도 문득, 이 남산도 한 때는 일본 것이었지....참 이렇게 좋은 곳을 뺏기고...또 찾으려고 얼마나 애를 썼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불꽃 놀이를 보기 위해 1시간 20분을 계단에 쪼그리고 앉은 사람들... 코로나19는 그 만큼 너무나 우리에게 힘든 터널과 같은 것이었나보다.....어떤 청년들은 긴 삼각대를 잔디밭 안에 들고 들어가 촬영 준비를 하였다. 곧 인파가 점점 불어나 볼 장소가 없어지게 되자, 결국에는 잔디 밭으로 모두 들어가버렸다. 그 전 날에 비가 내려, 앉으면 축축하게 습기가 올라올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앉아서 조용히 기다렸다. 아이들도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올라왔고, 개들도 끌고 왔고, 어떤 사람들은 개를 아예 안고 올라갔다. 이제 사람들은 더 많이 계단에 앉았고 사람들은 두터워져서 두 사람도 간신히 올라갈 말한 했다. 그래서 안고 가고 강아지의 다리가 계단에 앉아 있는 사람의 옆구리를 치거나 사람들이 들고가는 가방이나 봉지가 쭈그리고 앉은 넓적 다리를 치거나 했다.

드디어 불꽃이 터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계속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했다. 시야가 방해가 되자 누군가가 길을 뒤쪽으로 내고 모두 앞으로 두텁게 앉자고 했다. 나는 이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결국에는 내 앞에서 길이 만들어져서 심하게 방해를 받아 나도 그들 옆으로 붙을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불꽃이 터지자, 사람들은 깜짝놀랐다....그리고 와~하고 환호성이 터졌다. 그러나 곧 잠잠해졌다. 바로 터질 줄 알았는데 맛배기였나? 하고 수근거렸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 다시 본격적으로 터지기 시작했다. ....불꽃 놀이는 일본, 이탈리아, 한국 순으로 쏘아올렸다. 나는 처음에는 국적을 모르고 봤다. 우리나라까지 3개국이 참여한다고 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순수하게 불꽃에만 집중할 수가 있었다.

불꽃은 코로나 모양도 있고. 태극 문양도 있고, 수양버들같은 것도 있고, 불꽃이 터지고 갈대 모양이 있는 것도 있었다. 어떤 불꽃은 터지다가 '얼음!' 하면 아이들이 동작을 멈추듯이 터지고 나서 그대로 멈춘 것도 있어서 몹시 신기했다. 어떻게 그대로 멈출 수 있을까.....후반부로 갔을 때 불꽃은 거리를 두고 양쪽으로 쏘아올려서 그 웅장함이 대단했다. 원효대교 쪽에서 쏜다고 하였는데 낮게 쏘이는 불꽃들은 건물들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붉은 연기나 연두빛 연기가 퍼지기도 했는데.....무엇보다...검은 하늘에 회색빛의 연기가 흐릿하게 떠다니기도 했다. 불꽃 소리는 멀었는데도 여기까지 들렸다. 불꽃이 다 터지고 나서, 폭죽 소리가 선명하게 탁, 탁, 탁, 탁 들려와 신기했다. 폭죽을 또 쏘는 것인지....

양쪽으로 커다란 원형의 꽃봉오리를 쏴주고 그것이 심심할까봐 또 밑에서 다다닥,,,다다닥...쏴주고,, 겹쳐 쏴주고....반짝반짝 은박지같은 것도 쏴주고....불꽃은 눈이 부시게 반짝거렸다......특히.....여러 개를 화려하게 오렌지빛으로 쏴주다가 큰 반짝이는 공모양을 크게 쏴줄때는 마치 귀한 보석 덩어리를 선물받는 기분까지 들었다. 불꽃의 색이 시작할 때는 흰색이나 노란색이다가 갑자기 빨간색이 녹색으로 다양하게 색을 바꿀때는 그 기술에 감탄했다. 특히 꼬불꼬불한 모양의 철사같은 불꽃을 봤을 때는 문득 우리 나라의 철조망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사람들이 무기 개발이나 전쟁 대신 불꽃을 누가 누가 더 잘 만드나.... 누가 제일 예쁜 불꽃을 쏘나, 그런 경쟁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반부로 갈 수록 불꽃들이 연이어 사방 팔방 수없이 터졌다. 아낌없이 다 쏴줄게요~! 타닥 ,타닥, 타닥, 타닥 할 때는 기분이 확 , 하늘로 올라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불꽃을 보다가 시간이 거의 다 되어가는 것 같아 , 도중에 내려가면서 보았다. 사람들이 많아 한꺼번에 내려오면 위험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내려오는데 사람들이 두텁게 무리를 지어 불꽃이 보였다 안 보였다 했다. 한참 내려오니 화장실이 있어서 잠깐 들르려고 했는데, 화장실 입구 시멘트 벽 위에 아이들이 올라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소리를 치며 환호했고, 어른들도 화려하게 터지는 불꽃에 환호성을 터뜨렸다. 나 또한 몸청껏 소리를 지르고 내려와서 환호성 대신 목을 서너번 가다듬어야했다.

불꽃놀이를 보면서...최근에 자주 오르내리는 동해안 미사일 얘기, 핵폭탄 얘기, 우크라이와 러시와의 전쟁, 러시아 주민의 주민투표로 인한 병합....또 다시 우크라이나 원전을 공격할 거라는 얘기...바이든의 중간 선거.....엘리자베스 여왕의 조문에 대한 일화.....비속어 논란....언론탄압이냐라는 얘기들, 고등학교 학생이 그린 **열차 풍자 그림....14년만에 경상 적자에 대한 얘기, 수출 감소 등등.....이런 이야기들이 사람들 주위를 둥둥 떠다닌다.....그러나 확실할 건 물가는 올랐고, 금리도 올랐고, 월급은 그대로이고.... 살기는 힘들다는 것이다....집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대출을 못 갚고, 그래서 전세가 다시 나오고 있다고 한다...나도 평생 집이라는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아예 집 커녕 현재 내고 있는 공과금 내는 것도 바쁘다.....

그러나...우리에게는 더 어두웠던 남산의 기억도 있는데......이 깔고 앉았던 자리가 우리 땅이 아니었다는 고통을. 그러니 이러한 힘든 시기도 곧 물러나리라고 믿는다. 그때 1910년 한일병합 이후 1920년에 지은 조선신궁... 그 보이지 않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그 때에도 불꽃은 터지지 않았던가.

여기 어두운 남산에서 보니.....이 불꽃은 지나간 어두웠던 시대와..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환호인 것 같다....그래서인가....이 불꽃의 우리 팀 주제는 'We Hope Again(우리는 다시 희망한다)-별 헤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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