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 있는 곳

친절한 화

랍비의 숲 The Forest of Rabbi 2022. 9. 2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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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혹시 불가능한 일을 해 보려고 한 적이 있는가. 예를 들면, 죽어도 못 올라갈 것 같은 산을 올라갔다든지, 절대로 스쿠버 다이빙을 못할 것 같았는데 했다든지......세상에 살면서 불가능한 일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정말 불가능한 일도 있다. 그렇다면 화를 낼 때 친절하게 화를 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일까.

나는 정말 이것이 가능한 일이지 궁금해서 스스로 나를 실험해 보기로 하였다. 참고로 나는 화를 잘 내지는 않지만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소위 머리꼭지가 돌기도 한다.  머리 꼭지가 돌지 않으면 행동이 사나워쳐 마치 미친 황소처럼 뛰쳐나가기도 한다. 만약 누가 봤다면 어떻게 고삐를 잡아야하지 무서워서 망설일지도 모른다. 자랑은 아니다. 솔직히 이렇게 자기 얘기를 대놓고 얘기하는 것을 공공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좀 나를 바꾸고 싶으기 때문에 할 수 없이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확실히 말해두겠다. 나도 남들처럼 천당이 탐난다. 그런데 만일 그곳에 들어가는 매표소에 티켓이 부족하면 어떻게 하나 가끔은 걱정된다. 이런 티켓을은 절대로 양보하고 싶지도  곱배기로 팔고 싶지도 않으니까. 

자, 여러분도 어떻게 화를 내는지 적어보자. 그러면 자신의 화에 대하여 잘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여기에 화를 내는 사람들의 다양한 양상을 적어보기로 한다.

1. 화를 낼 때 두 눈썹을 도끼눈을 뜨고, 눈은 후벼 파듯이 곡괭이나 호미 같은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도 있다.

2. 어떤 이는 입에서  침을 튕키고 가끔은 게거품을 물고 말한다. 소처럼 콧구멍을 씩씩거리고 허연 숨을 내쉰다. 특히 겨울에 더 잘보이니 확인해 봐라.

3. 손을 들고 낫 모양을 지으면서 사람을 찍으려고 하는 모양을 짓기도 한다. 혹은 구석기인들이 사용한 주먹토기로 찍는 듯한 태도를 취해 상대방을 공포에 떨게 하기도 한다.

4. 말도 섞기 싫어 대신 문을 쾅 닫고, 발을 구르기도 한다. 귀찮듯이 화장실 슬리퍼를 냅다  벗어 던지고 나온다.

5. 멍멍이나 야옹이가 있으며 소리치며  '야! 꺼져'하고 소리친다.

6. 시집살이나 시부살이를 들먹이다 애들한테 화를 낸다. 특히 공부 못하는 막내는 표적이니 막내들은 조심해라. (그때는 조용히 게임을 끄고 밖으로 나가는 게 낫다)

7. 화가 나면 찰거머리형도 있어 상대방에게 따지듯 턱 밑까지 달라붙을 수도 있다. 당신의 에너지가 쪽쪽 다 빨릴 때까지 그래서 '그래 내가 잘못했어'하고 승인을 해야 돌아서는 사람도 있다

8. 집안의 물건을 내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럴때는 서로 도와서 던지는 것도 예의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던지는 거   거드는 일이니까 좋은 일 아니겠는가. 

9. 목소리에 짜증을 확 내기도 한다. 톤이 확 올라간다. 이럴 때는 같이 톤을 높여라. 옥타브가 어디까지 올라가나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2옥타브까지 올라갔다면 성악가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10. 욕을 하기도 할 것이다. 본인이 욕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욕을 꾸준히 연습해서 영어 발음처럼 유창해졌을 수도 있다. 욕을 할 때는 똑같이 욕을 반복해보라. 영어 리스닝을 들려주듯  그 사람한테 그 순간만 리스닝 테이프가 되어주자. 찰진 욕의 진수가 무엇인지 발음을 더 잘 해서 들려주는 것도 잊지 말자.

위의 것에 해당사항이 있는가. 복합적인 경우가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은 아마도 화가 나면 스스로 삭히거나 담아두는 사람일 것이다. 삭히면 홍어가 되니 언젠가는 홍어를 끄집어 낼 날이 올 것이다. 그 홍어는 냄새가 고약하니 너무 오래 삭히지 말고 왠만큼 삭히다가 빨리 먹어라.

화라는 것은 정말 천의 얼굴을 가진 것이 맞는가 보다. 적어놓고 보니 심지어 뷔페 상차림처럼 다양하기 그지 없다. 나는 최근 책 한권을 읽었는데 화를 낼때 친절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이 이율배반적인 말이 나를 계속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서 내가 실험을 한 것이고 그 실험은 사실 성공했다. 

화를 낼 때 친절이라는 단어만 생각해도 화의 범위와 속도, 그리고 화의 강도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러니 여러분도 한 번 실험을 해보셨으면 좋겠다. 이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것도 아니다. 그런데 부작용이 있다. 내 결과로는 너무 모서리가 깎여 터프한 맛이 좀 없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화의 본질을 흐리게 하기 때문에 화에게 몹시 미안하다. 화는 원래 강하고 세어야 맛이 아니던가. 하지만 요즘은 테슬라 전기차도 나오고 우주 여행도 가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야채로 만든 고기도 개발되고 있으니 화도 이제는 좀 다양해져야 할 것 같다. 좋은 것이라면 뭐든 못하겠는가. 벌써 AI로 그림을 그려 1등을 차지한 화가도 나오지 않았나.......오직 우리의 내면과 깨달음과 교육과 철학에 대해서만은 다양해지지 않으니 어서 빨리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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