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 들렀다. 안성에 갔다가 서울로 들어올 때 마지막 하남 드림 휴게소이다. 계속 차를 모는 사람은 알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없이 몬다. 심지어 다리가 아픈지 어떤지 조차 못 느낀다. 그러나 하품과 함께 눈물이 질척거리거나 졸음이 오면 그제서야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리가 아프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결국 신호를 보내는 것은 다리가 아니라 다른 아이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연결되었다고 하지만 정작 다리는 제 말을 못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혹사를 당해서 그런 건가.......
차 밖으로 나오니까 다리가 무겁고 뻐근하고 뻗고 싶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가게 앞 파라솔 앞에 앉아서 두 다리를 길게 뻗어본다. 운전할 때는 몰랐는데 쉬고 나서야 아픈 것을 알게 된다. 수업도 계속 할 때는 모르지만 '쉬는 시간입니다' 라고 말하면 그제서야 목이 마르고 어깻죽지며 허리가 아파온다. 한 곳에만 집중해서일까. 초기 불교에는 수행의 하나인 상수멸정(想受滅定)이 있다고 한다. 생각과 느낌을 멸하는 것인데 이것은 아무리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마치 겨울에 동면을 취하는 동물들처럼 어떠한 소리와 자극에도 들리거나 깨어나지 않는 수행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온전한 수행 방법이라 마음과 육체가 정지되어 흔들리지 않고, 마치 혼자 섬에 떨어져 있는 느낌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상수멸정에는 고통이나 기쁨 같은 번뇌가 없기에 평온할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수행을 하는 분을 아무리 흔들어도 깨울 수가 없어 동자승이 "스님" 하고 귓속말로 부르고 흔들어야 깨어난다고 한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라 아니라 오직 동자승이 부를 때만 깨어나기로 결심을 했는지 모른다. 마치 아침에 일찍 일어나겠다고 결심을 하면 자각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지 않던가. 이런 상수멸정을 해 본 적이 없어 명상보다도 더 깊은 것이 아닐까 그냥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지만 분명히 뭔가 기분 좋은 것이 있기는 있는 것 같다.
그건 혹시 먼지가 되는 느낌일까. 아니면 오로라나 빛과 같은 느낌..... 마치 어둠이 되는 느낌일지도 모르지.... 혹시 누군가가 알면 그런 느낌을 언어로 표현해 주면 참 좋을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상수멸정'이 모든 육체적, 정신적 번뇌의 멈춤에 있다는 사실이다. 다리가 아프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고속도로다 보니 주위를 집중하고 운전을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뭔가에 집중하면 다른 감각에 신경을 잘 못쓰지 않는가. 동면하는 동물들은 먹이와 추위를 견디지 못해 본의 아니게 상수멸정이 된 상태일 것이다. 참 기특하기도 하다. 그것들은 인간이 준 학대와 고통, 기후 변화를 다시 리셋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동면을 하고 봄에 깨어난 동물들의 눈을 한 번 보고 싶다. 곰이라도 좋을 것 같다. 공격만 하지 않는다면.....
고속도로를 타면서 다리가 '상수멸정'의 상태였나... 그러나 깨어나 보니 번뇌가 몰려온다. 몸은 더 아픈 것 같고, 정신이 아늑하다. 다른 부위로 가는 에너지를 아껴 운전에만 몰두하였지만 더 복잡하다니........
이제 가을이다..... 대추도 굻고 붉어졌으며, 알밤도 툭, 툭 떨어진다. 상수멸정을 할 때이다. 다른 것은 이제 다 털어버리자. 마음에 있는 복잡한 것들을 다 버릴 때다. 나뭇잎들, 은행들, 과일들, 씨앗들..... 이제 다 털어버리자...... 다른 것에 마음 쓰지 말자. 오직 고통과 아픔과 과거와 상처를 아물게 하는데만 온갖 에너지를 쏟자..... 눈을 감고........ . 다른 사람들이 "뉘시오? " 할 때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