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코로나가 창궐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내일부터는 야외에서도 50인 이상 공연장이나 축구장 같은 곳은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공식화하였다. 그러나 실내에서도 자유롭게 마스크를 벗고, 같이 밥도 먹고, 짝을 지어 회화 같은 수업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지석영 선생님 묘소에 다녀왔다. 종두법으로 유명하지만, 또 지금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백신의 의미를 더 실감 나게 해 주시는 분 같아서였다. 망우로 공동묘지에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왼쪽과 오른쪽이 좀 다르다. 왼쪽은 좀 가파르고 경사졌으며, 오른쪽 길은 평평한 편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지석영 선생님의 묘소는 왼쪽에 있다. 그래서 좀 가파르다. 그분을 만나러 가는 도중 약수터가 나와서 손으로 오므려 떠마셨다. 물이 말라있을 줄 알았는데 잘 나왔다. 병이라도 하나 가져올 걸 하는 아쉬운 생각도 들었다. 거기에는 한자로 물을 조금씩 마시면 소년이 된다고 쓰여 있다. 혹시 가시면 읽어보시라. 너무 마시지
는 말 것. 혹시 애기가 될 수도 있으니......
송촌 지석영 (1855~1935년) 선생님의 묘소로 가는 도중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묘소도 발견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냥 지나쳤다. 모든 분들을 다 뵐 수가 없으니까..... 가다 보니 오른쪽 옆으로 비석이 하나 나왔다. 지석영 선생님의 묘소로 올라가는 길이었다. 숲을 헤치고 올라가서 기도를 하려고 하니 묘비명의 한자가 달랐다. 다른 분이었다. 그래서 잘못 왔구나 싶어 또다시 산등성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도 기도를 하려고 묘비를 보니 다른 분이었다...... 이때 내 인내심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려고 하였다. 참고 조금 더 올라가니 어느 부부가 무덤 앞에 앉아 포도인지 밤인지를 드시고 계셨다. 거기에 지석영 선생님의 묘소와 표지판이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다른 무덤도 있었다. 처음에는 사모님인 줄 알았는데 사모님이 아니라 지석영 선생님의 대를 이어 내과의사가 된 장남 지성주 선생님의 묘였다. 집안이 대대로 손자, 증손자 줄줄이 5대째 의사 가문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지석영 선생님의 열정이 아래로 아래로 흐른 것일까....
지석영 선생님은 우리가 익히 아는 종두법을 실행하셨다. 종두(種痘)의 뜻은 천연두(痘)를 심는다(種)라는 뜻이라고 한다. 인두법은 사람 '인'이 들어가는 것처럼 ,천연두에 걸린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약하게 걸리게 하는 방법인 것 같은데 그게 치사율이 높아 1~2 퍼센트가 되어 미국에서는 금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종두법이 실행되었다고. 선생님은 중국에서 들여온 서양 책을 읽고 우두법에 관심을 가졌으며 부산에서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생 의원에서 두 달간 우두법을 배워 처가가 있는 충주에서 40여 명에게 시술하여 성공으로 이끄셨다고 한다. 종두법으로 최초의 서양의학의 도입자가 되었으니 우리나라 최초의 백신을 놓으신 셈이다. 물론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1773년에 자신의 마을에서 의사로 일할 때 우유를 짜는 여인들이 소의 천연두에 감였 되었으나 단지 가볍게 앓고 나면 천연두에 안 걸린다는 것을 착안하여 우두법이 태어난 것은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학적 지식이 건너 건너 동양까지 왔고, 그것을 어떻게 해서든지 조선인들의 목숨을 위해 실시하셨다는 것은 그 걱정과 자애의 마음이 없으셨다면 어찌 가능했을까.

다산 정약용은 박제가와 함께 연구하여
『마과회통』(1798)에서 처음으로 종두법을 소개했다. 그러나 사람의 천연두균을 사용하는 그야말로 인두법이었다고 한다. 우(牛)두법은 지석영 선생님으로 인해 도입되고, 2살이었던 처남에게 접종을 하였다고 한다. 정부는 1895년 을미개혁 때 주도적으로 종두법을 시행했으니, 이는 우리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릴까 봐 백신을 들여오고 접종 시기와 횟수, 나이 등을 고려해 가며 맞았던 작년의 일이 떠오른다. 이번에 본인은 몇 달 전에 백신을 또 맞았다. 멀쩡한 몸에 자꾸 주사를 맞으면 몸에 안 좋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다들 걱정을 하지만, 사람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처지라 또 옮길까 봐 내심 걱정되어서 그냥 눈 딱 감고 맞았다. 화이자였는데 본인은 그리 심하지는 않고 이틀 정도 기분이 안 좋고, 열감이 조금 났다.
매독이 great pox(큰 발진, 큰 뾰루지)라서 구분하려고 천연두를 small pox (작은 발진)으로 불렀다고 하는데, 이유야 어떻든 옛날에 비디오테이프를 틀면 '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비디오'에 대한 주의가 있었다. 그때 호환이 호랑이한테 물리는 화나 근심, 그리고 상감마마 할 때 쓰는 이 '마마'가 천연두를 의미하는지는 몰랐다. 그냥 어린아이가 나와서 곰보가 된 얼굴이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얼굴이 곰보가 되면 평생 상처가 클 것이다. 산다는 것은 목숨만 부지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오래전 미국 인디언 문학을 공부하다가 백인들이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기 위해, 이불에 천연두를 묻혀 나누어 주었다는 레슬리 마몬 실크의 소설이 기억난다.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물학 무기를 사용한 것이리라. 천연두를 살생의 무기로 사용한다는 것은, 요즘 우리 시대에 생화학 무기를 개발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고귀한 삶을 위해, 생명을 위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개발하냐고 그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그냥 돈 때문에 경제 때문 에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것은 만들어 놓고 생각했을 거라 믿고 싶다. 두 모습의 바이러스..... 삶과 죽음을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그것은 결국 인간의 손에게 삶을 위해 제거도 되지만..... 죽음을 위해... 잘 요리되고 있다..... 무섭다.....
그 어느 누구도 그 요리를 먹고 싶지 않을 테니까...... 모두들 그 요리를 기대하고 있지 않지만.... 그 요리는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당신이 들고 있는 진동벨이 울리면, 싫어도 그 요리는 당도한다고 한다..... 당신이 받으러 가지 않아도.... 그래서 그 요리는 내가 주문하지 않아도 늘 잘못 배달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고 한다..
드륵 드륵 드르륵....... (테이블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