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매어두기
요즘은 날씨도 맑고 공기도 청정하다. 고가 다리 위에서 차를 달리면, 구름과 함께 붕 떠서 두둥실 날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그러니 고가도로에서는 공중 부양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본인은 솔직히 명랑한 타입이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또 알게 모르게 우울한 적도 많았다. 또 요 며칠간은 기분도 안 좋아 이게 슬럼프 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좋은 것을 많이 봐서 그런가 싶다.
좋은 것이라야 뭐가 있겠느냐마는 그냥 멀리서 찾지 말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진작가들이 말하는 평범함을 특이하게 하는 기술, 낯설게 하기, 지루함을 비범하게 하는 능력 아니겠는가. 그러니 먼저 하늘을 보자. 어떤 기분이 드는가... 생각이 안 나면 이 글을 읽고 다시 베란다나 밖으로 나가시면 된다.. 어떤 마음이 들 것이다. 분명 한참 보고 있으면 어떠한 마음이 들게 되어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지 않은가..... 초기 불교에 의하면 위빠사나일 것이다. 위빠사나는 산스 크리스 트어로 위--모든 것, 빠사나--이해하고 꿰뚫어 본다. 즉 모든 것을 이해하고 꿰뚫어 본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 사물의 본질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존 롤즈의 '무지의 베일'을 생각하게 한다. 아무것도 알 수 없기 때문에 편견이나 섣부른 장담을 하지 않아 제대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것.... 그러고 보면 우리가 통찰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수많은 감정에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또한 과거와 미래의 걱정과 분노로 온전한 제 자신을 갖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마음이 이리저리 소처럼 날뛴다. 어딘가 마음을 묶어야 한다. 만약 묶는다면 하늘은 어떤가. 꽃은? 아니면 새들은? 우주 같은 곳에다 묶어도 좋을 것이다. 우주처럼 원대하고 크다면 본인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 본인이 갈수록 우주를 닮는 다고 생각해봐라... 얼마나 원대하게 될 것인가. 그래서 김환 가의 '우주' 그림이 비싼가 싶기도 하다. 집에 걸어두면 우주 같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이것은 그냥 본인 생각이다. 아무튼 위빠사나는 무상을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무상'은 허무가 아니라 상이 바뀐다는 것이다. 즉 세상의 모든 것은 똑같이 보이는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기 때문에 매시간 변한다. 이 변화는 혼자서 변할 수는 없고, 끝없는 접촉과 만남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리라. 그러고 보니 썩은 사과도 공기와 바람과 벌레와 비 등으로 이렇게 되었을 것이다....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그러나 이것도 정말로 기뻐할 일이다. 변화한다는 것.... 그것은 당신의 슬픔이 영원하지 않고 기쁨으로 된다는 뜻일 것이다. 영원한 슬픔은 얼마나 인간을 시멘트화 하겠는가... 기쁨 또한 계속된다면 얼마나 고역이겠는가..... 인간이 썩지 않고 건포도처럼 말라 영원히 지상에서 미라로 걸어 다닌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행복할까...... 미래의 일은 도저히 알 수가 없고 건포도처럼 마르지 않을 수도 있으니 그때 일은 그때 생각하기로 한다.
마음이 우울할수록 오히려 마음을 매어두어 자신을 추스르는 것은 어떻까.. 이제 그대의 우울도 곧 임계치가 지나면 다시 기쁨으로 오거나 평온을 찾지 않을까.... 아, 그런 거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지금 추분이 지나지 않았나. 다시 계절이 변하고 있다.... 주전자에 혹은 커피 포트에 물을 바글바글 끓여보자.. 임계치가 지나면 이제 물은 더 이상 물이 아니라 이름을 바꿀 것이라. '수증기'라고. 초기 불교의 명상처럼 '위빠사나'가 필요할 때다.. 하지만 이것이 어렵게 느껴지니 그냥 이런 수행을 안 해도, 내 안의 우울함, 걱정, 근심이 있으면 열심히 수증기로 날려 보내자. 그것도 안 되면 마음을 좋은 곳에 매어 두자...... 요즘 가을 장미도 피어있던데 거기다 매어두는 것은 어떤가.... 감나무의 감을 눈독 들이다가 거기에 매어 두자.... 아니면....... 숲에서 기어 나온 지렁이는 어떤가..... 이 지렁이가 다시 숲으로 돌아가도록 응원하는 것은? 아니면 밥 튀기라도 하나 사서 풀벌레들에게 나누어주는 것은...... 요즘 풀벌레가 우느냐고 목도 아플 텐데.... 마음을 어디든지 매어 두자...... 본인 삶을 성장시키는 사물에.......
하지만 너무 꽉 매어두면 숨이 막히니 최소한 개가 마당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짖을 수 있는 거리는 돼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주인을 사랑하면서도 자유롭지 않겠는가. 개는 주인이 해주니...... 본인의 마음은 본인이 묶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