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돼지 저금통을 깼다. 돼지 저금통이라고 해야, 돼지 모양은 아니고 그냥 시계를 샀더니 넣어준 철통 케이스이다. 또한 두꺼운 종이로 된 녹차 통도 있다. 워낙 단단했지만 위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뚫으니 제법 쓸만했다. 그리고 가끔 쩔렁거리는 호주머니에서, 마구 돌아다니는 가방에서 잔돈이 있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넣었다. 솔직히 잔돈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최근에 아는 언니가 말하기를 자신의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해 뽑았줬는데 몇 백원인 사진값을 주지 않았다며 벌써 몇 년 전의 일을 상기하며 그것도 두 서너 번 말했다. 얼마나 친한지는 모르지만 그냥 얘기하면 되는데 몇 백원이라 말도 꺼내기 힘든 모양이다. 그 잔돈은 늘 그녀의 마음 속에 생각날 때마다 적금처럼 쌓이는 모양이다. 지금쯤 수십만원은 쌓이지 않았을까. 그렇다. 그 잔돈은 애쓰게 사진관에 걸어가서 혹은 뻘뻘 땀 흘리며 인터넷에서 자신의 수고와 시간과 노력에 대한 것을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했다는 섭섭함에서 나왔을 것이다. 진짜 몇 푼 안 되는 돈 때문이었겠는가.
우리는 정말 몇 푼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이 들였을 공로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작은 돈'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작은 푼돈이고, 친구니까 그냥 안 주어도 되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잔돈 너머에 있는 있는 그 사람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녀의 사진에 대한 고찰
1. 행여 사진이 잘못 나오지는 않을까-사진을 찾으러 가면서
2. 행여 사진을 가지고 오다가 구겨지지 않을까.-사진 찾아 갔고 올 때
3. 언제 찾아오라고 하는 걸까.-사진관에다 전화 걸었을 때
4. 사진 사이즈는 맞게 나온 걸까.-사진관에서
5. 사진 매수는 정확하게 맞는 것일까.-사진관에서
6. 비에 젖거나 가방 안에서 구겨지지 않을까.-사진 주러 갈 때
7. 언제 전달해야 가장 좋을까.---사진 전달 전
8.사진에 지문이 묻으면 안 되지, 잘 봐야겠다.....음....조심스럽게 ....-사진 볼 때
9. 사진을 혹시 빼놓고 나온 건 아니지...다시 뒤적뒤적한다.--현관 앞에서
10. 다음에 사진을 부탁하면 어떻게 하지.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전달하고 나서
이렇게 적어도 마음을 10가지로 썼다고 가정해보자.이것이 잔돈 5백원, 8백원보다 가볍겠는가. 그러니 언니에게 그 잔돈은 작돈의 개념이 아니라 훨씬 큰 몇 십만원의 가격으로 느껴질지도 모를 일이다. 8백원을 받는다고 해도 아마도 10만원을 받는다고 느끼지 않을까....본인이 그토록 마음을 썼다면..
오늘 책값을 받으면서 잔돈이 생겼다. 어머니들이 영어책을 부탁해서 샀기 때문이다. 가끔 잔돈이 없으면 5백원을 안 받으시는 분들이 있다. 왜 그럴까...굳이 드려도 싫다고 하시는 분도 있고, 거스름돈 없어 지난 번에는 5백원을 더 내셨다고 말하시는 분도 계셨다.
잔돈 찾아가세요.......집에 돼지 저금통을 뜯었으니 다음 번에는 잔돈을 드려야겠다. 티끌모아 태산이라지만 어떤 때는 진짜 돈을 티끌로 생각할 때도 있어야한다. 자....티끌입니다. 티끌이....못받으시고 안 받으신 분들.....그냥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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