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곳-자작시

시-그냥 학교

랍비의 숲 The Forest of Rabbi 2023. 3. 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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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Qogi65H72Cc

그냥 학교

 

초등학교 음악시간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탬버린
꺼내놓고
선생님 풍금 소리에 맞추어
이것 저것 두들겼죠

우리는 늘 웃었죠
못해도 웃고
잘해도 웃고
그냥 같이 하니까 
같이 두들겨대니까

어느덧 커서 1996년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바뀌었죠
'황국신민'에서 '국민'을 따왔다는데
천황의 나라에 신하된 백성이라니
그것도 식민지 교육을 위해

당시 국민학교를 다니던 아이는
그 뜻도 모르고, 어디 학교 다니니?
물으면, 씩씩하고 자랑스럽게 그 단어를 발음했죠
마치 약소국은 알아서 바쳐야 한다는 듯이

이제 40년이 지나 그 음악시간을
생각하고 있어요
캐스터네츠, 탬버린, 트라이앵글
아이는 음악시간이 즐거웠지만
그 식민지 단어가 붙은 학교로 인해
뭔가를 잃어버린 듯 해요

추억이 되지 못하게 하는 단어
식민지 시대를 겪은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단어
그래서 아이는 어른이 됐어도
그 어린 시절 학교를 
뭐뭇 뭐뭇하며
그냥 학교 다닐 때, 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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