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kJ70L9dZYa8&t=1s
언제 처음 먹어봤나, 돈가스
일제 강점을 제 삼자 변제로
바꾸시고, 돈가스집 초대 받으셔서 출국하셨다고요
돈가스, 돈가스 하니
1980년대 청량리 광장
그 앞에 인구탑, 시계탑
오스카극장, 동일 극장, 시대극장, 성인극장
몇 개씩 볼 수 있었던 시절
맘모스 백화점 앞 버스 정거장, 사람이 많아도
광장 같았던 도로
당시 맘모스 백화점 극장에서 '잘 돼갑니다'로
서울 구경을 시켜준 현주 아저씨
영화관이 끝나자
돈가스 먹어봤냐고 사주셨지.
잘 돼갑니다. 무슨 영화인지 몰랐지만
이기붕 아내 박마리아의 김지미씨와
탕탕, 연달은 총성만이 뇌리에 남았지.
역사 의식도 아무것도 모르던 10대
맘모스 극장을 나와 간 곳은
경양식 식당이었지
컴컴한 분위기
식탁 위에 떨어지던 조명
그 밑에서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처럼
돈가스를 먹던 나와 아저씨.
어머니의 부탁이 없었다면
그렇게 애쓰시지 않으셨을 나들이
돈가스 맛은 생각도 안 나지만
어둡고 은은한 분위기만 기억나는
지금은 사라졌지만
돈가스하면 떠오르는 청량리 어느 2층
비오고 우충충한 날씨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그 후로 딱히 애써 사먹지도 않았던 돈가스.
그저 시간이 지난 후
당시 보았던 영화가 이승만 3.15 부정선거와 하야를
다룬 정치 풍자였다고.
그래서 검열을 해 개봉을 못했다는데
그런데 그 영화를 봤고 돈가스도 먹었다.
어찌된 일인지....
<오늘 오므라이스로 국빈 대접을
받는 돈가스집은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 명성왕후가 시해되고
세종대왕이 계셨던 경복궁이 침입을 받았던
그 해 역사와 겹칩니다.
게다가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년인데
그 곳에서 몇 분 안 됩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하네
이유야 어떻든
돈가스집 얘기를 하니 오랜만에
그 시절 청량리 돈가스집 생각나네
하지만 그때,
그 영화를 알았다면
칼로 썰어대는 그 잔인한 방식보다
후르르 넘겼을 짜장면을 먹었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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