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가 있는 곳

우울증에 걸려서

랍비의 숲 The Forest of Rabbi 2022. 9.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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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뽕 열매 ㅡ어머니 작품



우울증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인간이라면 이런 감정은 한 번쯤 다 겪지 않았을까. 본인 또한 우울증때문에 무척 힘든 적이 있었다. 사람들은 뭐가 부족해서 그러느냐, 다 복에 겨워서 그런거라고 하지만...정말 호르몬이나 신체적, 물리적 문제가 아니라면 이 우울증이라는 놈은 고약하기 그지없다. 삶 전체를 서서히 파괴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못하게 하고, 발목을 붙잡아 한 자리에 묶어놓는 쇠사슬 같다. 또한 그 자리에서 미이라로 죽어가도록 최선을 다한다. 우울증이라는 녀석은 그야말로 다른 세계에 눈독을 들이는 것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 놈하고 사귀면 여러분 중에 대다수는 필시 그 놈에게 끌려다니거나 그의 말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네 귀에다 대고 "어서! 어서! 실행해!" 하고 온갖 나쁜 짓을 자기는 쏙 빠지고, 사주만 하는 녀석이다. 사주를 받은 녀석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한때 본인은 우울증을 극복한답시고 온갖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고 읽었다. 심리학 글자가 들어가는 책, 법정 스님이 쓰신 에세이 등 온갖 인문학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읽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아마도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으면 빨리 회복되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괜히 병원에 가면 안 좋은 이미지가 따라다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요즘하고는 많이 달랐다. 책으로도 해결되지 않았고, 그러다가 글이나 그림을 그려보았다. 글은 쓸 때는 잊었지만 돌아서면 다시 강박적으로 우울감이 달려들었다. 심지어 피해의식도 있었던 것 같다. TV 를 봐도 무슨 내용인지 모를 정도도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은근히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림을 그려보니 좀 나아지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우울증은 마치 비이커 속에 들어있는 구정물이랄까. 시간이 지나면 침전물이 가라앉지만 흔들면 다시 언제든지 올라오는....


우울증은 경도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진짜 심각하다면 병원에 가는 것이 제일 답인 것 같다. 본인은 아마도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하는데" 라는 후회 때문에 생긴 것 같다. 그때 그렇게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슬픔은 없었을 것이라는 확신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생각해봐라...그런 일이 없었다하더라도 과연 행복하고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그런 일 말고 다른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적혀있단 말인가. 또한 더 크고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는가. 일은 이미 일어났고 후회의 일들은 전혀 바뀌지 않는게 사실이다.


미얀마에서는 망고를 딴 사람이 붙잡혔다. 주인은 왜 자신의 망고를 땄냐고 묻자, 도둑이 하는 말이 아까 그 망고 딴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나는 다른 사람이요", 라고 했다는 것이다. 바로 변화를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초마다....시간과 공간, 주위의 사물에 의해 변화한다. 그렇게 때문에 억지 주장같지만 망고 도둑의 말은 일리가 있긴 하다. 우울증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원히 우울증이 간다면 더 이상 행복한 삶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변한다는 것은 그래서 축복인일 것이다. 삶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이 변화가 아니겠는가.


태양이 변화하지 않고 아침에 뜬 것이 계속 하늘에 있다고 쳐보자. 얼마나 덥고, 눈이 부셔서 잠을 잘 자겠는가. 영원히 나만을 사랑하고, 나만을 믿고 의지하라고 했지만, 정말 내가 어디 갈까봐 매번 화장실까지 따라오고, 나 아니면 아무데도 못가고, 오직 나만을 의지해, 나 없이는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여인이 있다면 정말 피곤하지 않을까. 그래서 삶이 변한다는 것은 썩은 물이 아니라 흐르는 물일 것이다. 이것은 생명과 같기 때문에 늘 마시고 싶고, 늘 새로워지고 싶고, 늘 다르게 보이지 않겠는가.
후회의 감정이 몰려올 때마다 기도를 드리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 자신이 믿는 종교가 있다면 기도를 드려보아라...어느 정도 기분이 안정되고 감사하는 마음이 들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유가 그 사람때문도 아니고 나 때문이도 아니다라고 생각해보자. 남을 탓하지도, 자신을 탓하지도 말자는 것이다. 남을 탓하면 원망과 미움이 독처럼 일어날 것이고, 나를 미워하면 절망과 우울, 삶에 대한 비관, 그리고 결국에는 이 고통스러운 춤을 끝내고 싶다라는 위험한 생각까지 들 수 있다. 그러니......나는 나를 용서해야 한다. 제일 먼저....한 번 입으로 영어 단어 외우듯 말해보자. 천천히.....


나는 나를 용서해야해.
나는 나를 용서해야해
나는 나를 용서해야해
나는 나를 용서해야해


이제 다른 사람은 충분히 용서했으니 나를 용서해야 할 시간이다. 그냥 용서해주자.....그것도 잘 안되면 불교에서 말하는 전생의 업이라고 생각하자...그 업을 치르지 않으면 더 큰 업이 나를 칠테니...그 괴로움으로 퉁쳤다고 생각하자....우울증에서 벗어난다면 이런 인식 한 번 가져보는게 뭐가 그렇게 힘들겠는가. 불교를 잘 몰라도 현세에서 혹시 잘못한 거 현세에서 다 그 죄 다 받고, 그래서 다시 태어날 때 행복해질 수 있다면 눈 딱 감고 견뎌야 하지 않을까....나 또한 견뎌야 한다면 기꺼이 견디려고 한다....어쩌겠는가. 우리가 모르고 잘못을 했든, 알고서 잘못을 했든......그 고통은 오는데.....그러니 피할 수 없으면......견뎌야 하지 않았는가......전생의 업....그래서......그것을 받아들이기로.....사람들마다 시각이 차이가 있어 무슨 업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할 수도 있다. 그러나.....이렇게 생각해서라도 .....당신이 삶을 더 빛나게.......우울증이 생기지 않고 이 세상에서 오래도록 산다면.....이 일은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알라신이든.....그 어떤 샤머니즘의 신이든 조상신이든....기뻐하시지 않을까.


그러니까 울지말아라. 어디 나쁜 생각하지 말고....오늘도.....꼭 고맙다고......당신이 좋아하는 종교 있다면 그 분에게 기도해라......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기도해라.....
그리고....오늘도 아침밥은 꼭 먹어라.....

https://www.youtube.com/watch?v=UlBAvsI_x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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