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곳-자작시

꽃사과

랍비의 숲 The Forest of Rabbi 2023. 4.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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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FJHBVnoXwI

꽃사과

꽃사과 봉오리가 터졌습니다.
너무 하얗게 피어 눈이 부십니다
가까이 가서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서러워졌습니다.

저 꽃사과처럼 아름답게 살고 싶었습니다
크고 붉은 사과가 아니어도
작은 열매라도 맺고 싶었습니다.
그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벌레, 개미, 꿀벌 심지어 추운날
하얀 눈
차가운 바람 속에 있었습니다.

나는 그대의 마음에 들기에
그대의 용서를 바라기에
보잘 것 없는 꽃사과인가 봅니다.
아무도 꽃사과가 맛있다고
칭찬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씹어보고 퉤, 뱉기도 하고
먹을 게 없다며 던집니다
발로 짓밟기도 합니다

그래서 꽃사과 꽃이 필 때면 우울해집니다
뭔가 내가 큰 잘못을 했나 자꾸 돌아봅니다.
어떤 이는 그러면 삶을 망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그게 잘 안 돼
며칠씩 아파 자리에 눕습니다.

내 위로 사과 꽃잎이 떨어집니다
벌들도 윙윙 날아다닙니다.
꽃사과 나무가 바람에 흔들립니다.
나는 그저 그렇게 한 세상을 꽃사과처럼
피었다가도 후회는 없습니다.
그대처럼 크게 되지 못해도
하늘의 먹구름, 비, 번개, 어둠을 보았고,
땅의 깊은 슬픔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고 떫다고 그대가 저를
용서하지 못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차갑게 스쳐가는 것은 너무나 아픕니다
서늘해집니다

꽃사과 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그 꽃은 이제 시들어갑니다.
그대가 절 용서하지 않는다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떠나기 전에
저를 안다면 잠시 멈추어 서서
제 하얀 마음을 읽어 주십시오.
그 속에 담긴 새콤 달달한
진심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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