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x250
10월
너에게 가졌던 마음을 이제 나뭇잎처럼 떨구려한다.
너에게 품었던 미움을 이제 흐린 하늘에 보내려고 한다.
너에게 향하던 섭섭함을 이제 찬 바람에 날려보내려 한다.
너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원했나 보다.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랬나 보다.
가진 것 없으면서, 자격도 없으면서 무슨 염치로 너에게 매달렸을까.
그렇게 봐 달라고 때를 썼을까.
이렇게 두 손이 아플거면서, 이렇게 두 다리가 아플거면서...무슨 이유로 너를 향해 밤을 지새웠을까.
이제 너에서 벗어나 고요와 침묵, 반성과
깨달음만 가지고 대지 위에 파고드려고 한다. 그 깊은 10월이 지나서 첫 서리가 내리면 나는 망각의 땅 속으로 들어가리라. 그냥 썩고 썩어 흙이 되리라.
너에게 가는 길은 애초에 없었는지 모른다.
너에게 가는 길은 맞는 길이 아니었는지 모른다.
찬바람이 불고 있다. 안 떨어지려는 마음, 용서하지 않는 마음조차, 강제로 떨어지도록
목놓아 바람을 불러본다. 내 목이 타들어가도록 매서운 바람을 끌어 안는다.
이제 너도 걱정하지 마라.
우리의 만남은
너무나 눈부셔 쓰렸으며,
너무나 차가워 칼에 베이는 듯 했다.
그 시절만 오려내 버릴 수 없어, 그 기억을 태워버릴 수 없어
둥둥둥, 북소리에 맞쳐 기억의 테두리를 돌았지만
이제 내 안에 텅빈 구멍을 기꺼이 허락하기로 했다.
그 구멍으로 인해 삶의 어둠이 울컥 울컥 올라오고
삶의 찬바람이 통과해도
더 이상 너 때문이 아니길.....
10월의 밤에
나는 땅 위에 떨어진다. 땅위에 엎드린다. 땅위에 잠든다
반응형
'시가 있는 곳-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직 단풍이 질 때가 아닙니다 (0) | 2022.11.03 |
---|---|
까만색 (0) | 2022.11.02 |
시-길이 끊겼어요 (0) | 2022.09.30 |
시-우연 (0) | 2022.09.30 |
시-시간을 넘어가는 까마귀 (0) | 2022.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