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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공원묘지의 가을 2022.11.5
체한 날
커피 한 잔 먹었을 뿐인데
속이 메스껍다
삼각 김밥 하나 먹었을 뿐인데
자꾸 화장실을 간다
10.29 참사를 보니
억울함이 영혼의 식도에 자꾸 얹힌다
애도 기간이라는데 애도 또한
가슴에 얹혀 토하고 싶다
도대체 왜 이렇게 체하는 걸까
왜 말도 안 되는 슬픔을 자꾸 먹어야 하는가
게워내고 싶다 설사하고 싶다 손가락을 넣어 꺽꺽거리고 싶다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되는 평화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되는 자유
영혼의 속을 비우고 산책을 걷고 싶다
아무거나 먹어도 싸구려를 먹어도
소화가 잘 되는 삶
한 상 받아보고 싶다
아니 매일 2첩 반상이라도 매일 반찬 투정해도
체해서 죽어가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
또 체했다
탄도 미사일이 계속 떨어지니 체하고
아이들이 떠나니 체하고
책임질 사람이 없어 체한다
도대체 언제쯤 소화가 잘 되는 삶 받을 수 있을까
오늘도 엉덩이 까고 앉아서
소화가 안 돼 나오는
분노와 원망. 절규를 들여다보다가
변기 손잡이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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