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구멍가게 ㅡ2023

랍비의 숲 The Forest of Rabbi 2023. 2. 20. 13:35
300x250

구멍가게ㅡ2023

동네 허름한 구멍가게
30퍼센트 쓰여 있어
이게 웬 떡이냐
얼른 들어갔네

매대의 과자들 벌써 다 나갔고
술과 담배와 고무장갑,커피,스타킹 등
몇 개의 품목만 이빠진 듯 남아있네

무엇을 살까 망설이며 딱히 사고 싶은 것이 없어
막걸리 한 병, 고무장갑을 들었네
사면서 들으니
주인이 가게 월세를  올려달라고 해서
접는다고

벌써 문닫은 가게가 이 동네 몇개인가
썩은 이빨처럼 빠져서 흔들거리는 동네
무엇이 그들의 삶을 썩어버리게 했을까
텅비어 낯설어지는
주인도 세입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일텐데

신나는 것도 평화로운 것도 없는
오직 걱정이 빈 가게들 채우는데
누가 우리들 삶에 들어와
휘저은 것일까

대낮부터 막걸리 한 잔 해야지
계산기를 보니 이건 세일이 아니라고
슬그머니 도로  갖다놓으며
대신 커피를 꺼내오는데ᆢᆢ

취할 수도 없는 날들
싸다며 들어갔던 내 발길이
긴긴 그림자를 끌고  집으로 쫓아온다



반응형